세간에는 무수히 많은 성장의 방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기술 블로그도, 수많은 강의 플랫폼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하죠.
"이렇게 하면 성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길에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방식으로 배워온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효과를 느낀 방법은 단순합니다. 바로,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 서비스 설계, 기획, 마케팅…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고, 깊습니다.그리고 그 분야 안에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고민의 역사가 숨어 있죠. 그 깊이를 따라잡기 위해 저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이 어떤 실수를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듣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경험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그들 곁에 가보자’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커뮤니티를 찾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만 배우는 데에는 한계 가 있습니다. 성장 속도를 높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그 일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 곁에 가는 것.
저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것을 통해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 저는 이렇게 찾았습니다
저는 2022년 3월, 두 개의 커뮤니티에 가입하며 처음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제가 다니는 학교 안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되던 커뮤니티였고, 다른 하나는 18개 대학교가 함께 만드는 전국 단위의 연합 동아리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대학교 1학년, 이제 막 ‘개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었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조금 무섭고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죠.
-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 커뮤니티를 찾을 때 고려할 수 있는 기준
커뮤니티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와 같은 형태들이 모두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학교 내부 커뮤니티 / 전공 학회 / 소모임
- 전국 단위 연합 동아리 / 대학 연합 프로젝트 팀
- 온라인 공개 커뮤니티 (Discord, Slack, Facebook 그룹 등)
- 관심 분야 중심 커뮤니티 (예: GitHub Discussion, 오픈소스 참여 커뮤니티)
제가 처음에 교내 커뮤니티를 선택했던 이유는 “선배들에게 진로관련 질문을 하고 싶다” 였으며, 동아리를 선택했던 이유는 AI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데 1학년이 AI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는 곳이 없어서 “서버 개발자랑 협업을 많이하겠지? 그럼 서버 배워야겠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링크드인에서 주로 활동중이며 최근에는 Nest, TypeScript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활동중이네요. ㅎㅎ
중요한 건 커뮤니티가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머물 수 있을지, 내가 묻고 싶은 걸 묻는 사람이 있는지입니다.
❓ 질문하기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고 해서 바로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긴 어렵습니다. 특히 질문은, 단순히 궁금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멍청함을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걸 물어봐도 될까?, 검색만 해도 나오는 내용일 텐데… 괜히 민폐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질문은 조심스럽고, 무서운 일이었죠.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질문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질문을 작성하는 중에 답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죠. ㅎㅎ
1. 나의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처음부터 좋은 답변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맥락과 깊이를 요하는 커뮤니티일수록 답변이란 건 그만큼 무게가 따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질문은 다릅니다. 질문은 내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수준의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초반에 꽤 많은 질문을 했고, 지금은 (적어도 제가 속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름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몇명 생겼답니다.
2. 나의 성장 속도를 알릴 수 있다
질문은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연속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질문을 되물어도 좋습니다. 답변을 실험하고 나서 피드백을 남겨도 좋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빠르게 배우는 사람인지,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접근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좋은 후배라는 브랜딩을 할 수 있죠.
🙄 깊게 고민하기 – 물어보기 전에 해볼 체크리스트
질문은 곧 성장의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 신호가 더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질문하기 전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질문의 질은 곧 나의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고, 좋은 질문 하나가 나를 커뮤니티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첫 단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음,,, (사진) 뭐가 문제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는거에요… 😡
질문하기 전에, 다음 체크리스트를 가볍게라도 돌아보면 좋습니다:
-
✅ 1. 이미 검색은 충분히 해보았는가?
기본적인 키워드 검색은 물론, Stack Overflow나 GitHub 이슈, 공식 문서 등을 먼저 확인해보면 너무나도 좋겠죠?
-
✅ 2. 내가 시도한 방법은 무엇이었는가?
단순히 “안 돼요”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봤고, 어디서부터 막혔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합니다.
-
✅ 3. 환경 정보는 명확히 적었는가?
언어나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버전 등 문제를 재현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면 좋습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 “제 컴퓨터에서는 되는데요?” 라는 답변을 받지 않을 수 있죠.
-
✅ 4. 최소한의 재현 가능한 예제를 제시할 수 있는가?
문제를 보여주는 코드가 있다면, 필요한 최소 단위로 정리해 제시할 수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TypeScript 사용자라면 Playgound를 사용해보는 것도 추천이에요!
-
✅ 5. 오류 메시지나 로그는 충분히 제공했는가?
에러 로그나 예외 메시지는 문제의 핵심 단서가 됩니다. 물론 에러 로그를 깊게 읽어보고 질문해야겠죠? 로그도 읽지 않고 질문하면 혼나요…!
-
✅ 6. 질문이 ‘명확한 한 가지’를 향하고 있는가?
하나의 질문 안에 여러 문제를 섞지 않고,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여러가지라면, 질문을 분리해주세요.
-
✅ 7. 내가 원하는 답변의 범위를 알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알고 싶은 것인지, 기대하는 답변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 간단히 힌트를 주는 것도 너무 좋죠.
질문을 작성할 때에는 읽는 사람이 나를 도와줄 수 있도록 문제를 잘 전달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하고 싶은 점, 시도해본 방법, 현재 상황 등 종합적인 내용을 최대한 정리해서 전달해야합니다.
당신은 이미 여러 시도와 고민을 해왔기에 당연하게 느끼는 정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식의 저주’ 일 수 있습니다. 그저 당연하다고 여긴 전제들이, 질문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이 체크리스트를 완벽하게 지킬 필요도 없고, 이게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리고 위 예시는 “기술적 질문”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한 저의 생각을 체크리스트로 만든 '예시'이며, 상담이라던가 깊이있는 질문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다음 글을 읽어봐주세요.
🗣️ 자신의 의견 말하기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봤으니까, 이젠 누군가의 질문에 답변도 해봐야겠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 "아직 내가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
- "나는 충분히 알지 못하니까 가만히 있는 게 맞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충분히 아는 사람만 말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침묵으로 가득할 거에요.
답변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으로 잘 알듯 우리는 남을 가르칠때 더 잘 배우니까요! 어떻게든 손해는 안봅니다. 조-금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답변하기 시작하면 잘 안다고 생각하고 당신에게 찾아와서 질문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질문이 몰리는 것 처럼말이죠.
🛠️ 질문 구체화하기
답변은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입니다.
가끔 질문에 답변을 하려다 보면, “이 질문이 정확히 무얼 묻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이 먼저 들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보통 "A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것이 맞을까요?"라며 더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만들 수 있도록 역질문을 하곤합니다.
좋은 답변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니까요.
ps. 사실 실무에서도 똑같아요. 기획자나 발주사가 주는 요구사항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꼭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뽑아야해요. 그래야 답을 내놓는 역할이 편해집니다.
📢 생각 말하기
틀려도 괜찮습니다.
답변은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언제든 틀릴 수 있는 자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커닝햄의 법칙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답변을 올리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살짝 농담이 섞인 말이긴 하지만 완벽한 답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말이죠. 중요한 건, 틀린 상태로 멈추지 않고, 그 피드백을 통해 다시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 일단 시작하라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중 가장 중요한 건 하나입니다.
당장 시작하라.
고민하지 마시고 일단 뛰어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개발자라는 사람들은 츤데레 같은 면이 있어서 다들 따땃하답니다. ㅎㅎ
글을 마치며 제가 속해있는 커뮤니티 몇 가지 링크를 남겨두겠습니다.
- 가천대 IT 오픈채팅: 가천대생인 당신! 후배, 선배분일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환영합니다!
- TSBM: 국내 TypeScript 개발 생태계를 위해 카카수의 주도하에 시작된 모임입니다. (저도 운영진으로 있어요...!)
- 개발자 취업/이직/성장 정보 공유방: 익명뒤에 엄청난 인사이트를 가지신 Softy Choco님이 운영하시는 모임입니다.
- 위클리 아카데미: 볼타 CTO 진태양님이 운영하시는 모임입니다.